나는 모든것을 다 아는 듯 행동했다. 그 행동엔 단 하나의 의심도 없었으며, 오히려 우월감 마저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자만했다. 알지도 못하는 것에 관하여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 뿐이다. 그래왔었으며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의심없는 믿음. 이것 만으로 나는 움직였다.
그러나 이 믿음을 통한 움직임은 나를 위한 움직임이 아니다. 나는 믿음이라는 허무의 조작자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나를 구성하고 만들어주는 그 무언가는 절대로 전혀 나 자신이 아니였다. 타인의 눈치도 아니였다. 내 머리 위에서 만들어진 어떠한 사념, 집념, 집착, 고집들이 뭉쳐져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의 흐름이 나의 능력과 관계없이 나를 방어하고 구성에만 신경을 쓴다. 그저 나는 믿음의 피조물일 뿐이기 때문이였다.
나를 안락에 버려두고, 공상에 빠트려 더는 성장하지 못하게 만든다. 일상의 무료함이라는 이름하에 진짜 나를 쇠창살에 가두어 둔다. 생각은 편하지 않다. 진실로 깨이기는 쉽지가 않다. 머리가 팽팽 돌 정도로 회전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안락한 감옥을 택한다. 그 무엇도 하지 않은체, 작은 틈세사이로 비쳐오는 빛에 말도 안되는 꿈만 꾸며, 누군가가 보내주는 사식이나 언제나 나오는 관식을 받아먹고 있을 뿐이다. 나는 정체해있었다. 나는 말라있었다. 나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척하며 실은 나태를 원하고 있었다.
부주의하게 세어나오는 틈세의 한기. 그러나 멀리서도 작은 틈세의 한기가 느껴진다. 틈세는 작지만, 틈세는 금방 들어난다. 고무 튜브의 작은 구멍은 별것이 아닌듯하지만, 모든 공기를 내뱉고 말라 비틀어지게 만드는 것은 금방이다. 나의 틈세. 내 생각의 틈세. 길러내야한다. 사고의 터빈은 작동을 시작했다.
나는 나를 뒤엎어야만 한다. 반드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