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라는 다짐 작은 회사에서 생활하는 개발자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혹은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속으로 단정지어 버릴 때가 있다. 이런 마음을 품으면 '회피'하려는 마음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문제의 해결 주체를 내가 아니라 상대라고 정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체계없이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모습에 난감했고, 메뉴얼의 부실함에 짜증이 났다. 게다가 특정 모듈이 동작하지 않아서 협력사를 속으로 비하했다. 능력이 떨어져서 이런 것도 못해낸다고 말이다. 이런 이야길 누군가와 나누며 뒷담화를 몇시간 내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에서 감정이 끓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원망으로 도배해봐야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다. 눈 앞엔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건드려볼 사람은 나 뿐이었다. 늦은 밤에 전화를 든 협력사 직원의 목소리 뒤엔 가족들의 소리가 들려서 였다. 더는 전화하기 미안했다. 원망하며 짜증섞인 말투로 전화를 다시 할 순 없었다.

 마음을 삭히다가 "어라"라는 단어를 삼켰다. 어라. 왜 이러지? 어라? 왜그럴까. "어라"라는 단어가 "왜"를 불렀다. "왜"가 불려지니 현재 문제를 찾으려는 시야로 바뀌었다. 몇 시간 동안의 긴 삽질 끝에 문제가 될만한 특정한 패턴을 찾아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무엇이 문제일지 가설을 만들 수가 있었다.

 전날 늦은 밤에 전화해서 미안했다는 양해 메세지와 함께, 발견한 문제에 대해서 정리해서 메일을 썼다. 마음이 담담해졌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