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2018) 자아튜닝


 늦은 밤에 회사로 다시 들어가고 있었지만, 이 시간에 다시 회사가러 가서 화가 난다기 보다, 컴플레인을 건 매장 점주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나름 성장하고 있는 도시의 중앙에 자리 잡은 점주였다. 정식도 아니고 테스트에서 몇만원 정도의 손실은 감수할만 한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정확히 따져야 된다면서 현금 거래만을 요구했다. 디지털 거래는 자신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현찰 거래만으로 이뤄지길 원했던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짧게 소개하자면) 프린팅 자판기를 만들고 있다. 작년에 내가 새로 들어오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을 이제 필드테스트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2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나아왔다. 실제 고객들이 얼마나 필요로 할지, 또 무엇을 더 필요로 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으고, 인사이트를 만들고, 다시 리뉴얼하여 출격을 해야했다. 이 반복이 중요했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 결제 시스템은 중요하다. 매출이 곧 성과이고 사람들의 만족도니까 말이다. 아직은 초기이기 때문에 5대의 제품을 조금씩 돌려보고 있다. 본점과 이야기하고, 다시 내려와 점주와 이야기해서 제품을 설치하는 순으로 말이다. 영업팀에서 선방을 잘 쳐준 덕분에 돌려볼 수 있는 곳을 만들었다. 이때 나온 매출로 본사와 다시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본점과 이야기를 다 마친 상황. 필드 테스트라 거의 3~4일 정도만 굴려보고 철수할 예정이었다. 이때 발생한 매출은 그 점주에겐 적은 금액이었을 것이다. 아직 신생 제품이고 많은 이들에게 어색한 제품이니까. 우린 당연히 고객들이 결제가 쉽도록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를 당연하게 넣었다. 우린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4시간 동안의 설치를 마치고 집으로 갔다.

 저녁이 되어 연락이 왔다.

 "혹시 신용카드 기능을 막아줄 수 있나요?"

 영업팀의 요청이었다. 말의 맥락으로 보건데, 점주의 컴플레인이었다. 3~4일 팔아봐야 얼마 안될 텐데, 그것마저 꼼꼼하게 따져야겠다며 늦은 밤에 연락이 온 것이다. 나는 '아마 신용카드 기능이 막힐텐데요'라며 막연하게 답을 한 뒤, 찝찝한 마음에 회사로 향했다. 노트북을 켜고 소스를 켜보니, 막히지 않았다. 늦은 밤에 수정 배포를 했다. UI 수정일 뿐이라 10분 정도로 끝나는 이슈이긴 했지만, 작은 요구사항을 넘어서서, 그 점주의 배포에 대해 생각하였다. 굳이 이런 것을 가지고. 고작 해봐야 몇만원도 안될텐데, 한달에 몇천은 매출낼 지점이 이런걸 신경쓰다니.

 꼼꼼함에 경외감을 표현해야할지, 쓸때없는 아집이라 봐야할지 망설였다. 그러다 결론을 내렸다.

 '살아온 경험이 다른 것을'

 더이상 나이가 많다고 존경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논경 밖에 없는 시대에서 다양한 전문성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다. 그가 나이를 쌓아온 전문성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나이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자면, 그는 점주 나이 5살, 나는 개발 나이 5살... 이런 씩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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