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상대에게 더는 기대할 수 없을 때 2018) 자아튜닝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더이상 기대를 상상할 수 없다면, 일적인 관계는 이미 끝난 것이다. 아무리 관계가 좋아도 일로 맺는 관계와는 다르다. 일로서 맺는 관계는 서로의 역할이 잘 맞아떨어질 때 좋아진다. 아-하면 어-하는 수준으로 서로의 아구가 잘 맞다면 매우 좋은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할이 잘 안맞아서, 서로의 원하는 바를 서로에게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할 때, 관계는 점차 멀어지게 된다. 멀어진 만큼 서로가 잘 안보이게 되고, 상상으로도 상대의 역할을 생각해낼 수 없게 된다. 그러면 관계는 끝난 것이다.

 오늘 알바로 일하는 후배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 후배는 작년에 내가 진행한 코딩 레슨을 배운 사람이었다. 대학교 4학년인 이 친구는 자신이 어떻게 성장해나가야할지 잘 모르고 있었다.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고, 마침 회사차원에서 코딩 레슨을 할 수 있어서 같이 진행하게 해주었다. 코딩 레슨때 보여준 모습에서 어떨 때는 열정적이었고 어떨 때는 아니었다. 뭔가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는가 싶기도 하다가, 아닌 모습을 보여주기를 반복했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교 4학년의 전형적인 패턴에 놓여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마침 회사에서 외주를 하나 발주하려는 제안이 나왔다. 작은 회의들을 몇번 거치면서, 예전에 그 후배에게 이 일을 알바로 맡기면 어떨까하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일주일 더 생각을 가진 다음, 그렇게 해보기로 결정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급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후배에게 성장할 기회로 프로젝트 규모가 적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후배를 회사에 불렀고, 우린 3개월 계약에 서명했다.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점점 우려가 커져갔다. 알바로 매주 오던 후배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진행 방식을 바꾸어 기본적인 학습부터 먼저 하도록 유도를 했다. 그러나 점점 결과물에만 매진하며, 어떻게든 동작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엔지니어는 그래서는 안된다. 그 동작이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여러번 설명했는데 후배는 계속 놓치고 있었다.

 몇번은 속으로 후배를 비난하기도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누르려고 애썼다. 하지만 부정적인 마음은 더욱 커졌다. 어제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비난을 통해 얻을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감정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떠나보낼 사람에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바꿔보았다. 내 머리 속이 훨씬 조용해졌다.

 오늘 해오는 것을 봐서-라는 단서를 스스로 되뇌었다. 미련이 조금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련은 후배가 결과물을 보고서 바로 깨졌다. 조금이라도 찾아보려고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다. 여전히 모르는게 많았고, 왜 그렇게 동작하는지도 모르는게 많았다. 저번주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잘못 가이드를 줬던 것은 아닐까. 너무 결과만을 채찍질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해집고 다녔다. 너무 복잡해서 생각을 잠시 멈추고, 질문을 다시 바꿔보았다. '나는 이 후배에게 다음을 상상할 수 있는가.'라고.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고민은 길었지만, 정리는 되었다. 다만 상대방은 아직 이해못했을테니, 말을 시작했다.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없는 장면들 몇가지, 그리고 생각, 그리고 오늘까지의 일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되물었다. 내 생각에 몇퍼센트 동의하냐고.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 싶어 묻고 싶었던 것이다. 후배는 답했다. '100% 동의해요'. 마지막 안전장치가 해제되었다. 이 후배에게 아픈 무기를 꺼낼 때가 된 것이다. '그래요. 우리 계약을 오늘까지로 마무리합시다.'

 같이 일했던 시간을 잠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후, 커피를 마시자며 일어섰다. 후배의 표정이 좋지 않아, 자리를 바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같이 커피를 마시며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계약해지를 했는지에 대한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해주었다. 이 일로 당신의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니, 이걸 계기로 다음 번엔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죠-라고 말이다. '여기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 기회가 있을꺼에요', '우리와 맞지 않은 것 뿐이니 너무 좌절하지마세요'등 생각나는 뻔한 관용구문은 생략했다. 필요한 피드백만 해주고 집으로 보냈다. 이러는 편이 이 후배에게 더 도움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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