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실망하는 올바른 방법 2017) 1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준비되지 않은 기대감은 나를 현실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가령, 나는 할 수 있어라며 막연한 다짐만 해버릴 때, 그 다짐만큼이나 내가 닦아온 무언가가 없을 때, 이 기대감이 허구라는 것을 깨닫기란 쉽지 않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공연에 나가 허탕 쳐버리는 일과 같다. 나는 원래 재능이 없었어라던가, 누군가 공연 세팅을 잘못해버렸어 같은 구차한 변명으로 내가 제대로 연습하지 않았음을 숨기기 때문이다.

 어떤 일로 인해 감정적으로 무안해지면 수많은 변명거리를 만들어낸다. 당사자에게 말하지 않을 변명임에도 만들어, 내 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스토리를 채운다. 이러한 스토리는 언젠가 술자리에서, 하소연하는 자리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서, 내 변명을 직시할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풀어진다. 이 사연의 진실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으므로 내 이야기가 무조건 적으로 옳을 수밖에 없다. 감정에 격하여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이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쭈그러든 감정을 다시 살리고 싶은 마음에, 뾰족한 진실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가면을 만든다. 두툼한 골무와 같은 가면으로 세상을 대한다. 진실은 아프지 않으며, 연약한 내 속살은 안전해진다. 그럴듯한 명찰을 가슴에 붙인다. 어설픈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하며 현실의 문제를 정의하지 않는다. 실제의 나와 멀어지고 상상의 나를 덧칠한다. 커다란 성에 나를 지키는, 아니 가두는 것임을 어렴풋이 느낌에도 멈추지 않는다.

 수 많은 아이디어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 갔다. 어느 하나도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지 못했다. 스스로 망설여지는 자신감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그것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 되었을 때, 난 그저 '내가 그때 이런 이야길 했었어'라며 때늦은 뒤통수를 칠 뿐이다. 무력한 자신감이 시간이 흘러서라도 알량하게 나마 자신을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내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음을 직면하지 않았다. 스스로 쌓아온 것이 나를 대변함을, 나는 생각치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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